설날, 신발을 숨기고 야광귀신을 쫓기 위해 체를 걸던 풍습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들려 주고 있습니다. 신발에 숨겨진 의미와 설의 여러 가지 풍습도 배워보세요.
 
이야기 속으로...
사람들이 야광귀신보다 행복한 건 복이 들어 있는 신발을 신기 때문이라고 합니다.
하늘나라 야광귀신은 설날이면 이 신발을 훔치기 위해 사람들의 마을로 내려옵니다. 하지만 구멍세기를 좋아하는 야광귀신은 매년 사람들이 집 앞에 걸어 둔 체의 구멍을 세다가 날이 세곤 했지요.
올해에는 숫자를 세지 못하는 키다리와 눈이 나쁜 큰눈이가 쳇구멍을 세는 연습을 열심히 한 후에, 마을로 내려왔어요.
과연, 키다리와 큰눈이가 무사히 신발을 훔칠 수 있을까요?
야광귀신은 몸에서 야광빛이 나고, 아둔한 머리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.
야광귀신은 구멍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는 특징이 있어, 무슨 구멍이든 보면 그 구멍의 숫자를 세지 않고는 못 베긴다고 하네요. 그런데 도깨비의 특성을 가진 야광귀신은 머리가 나쁘고 둔하여 숫자를 잘 세지 못하지요. 사람들은 야광귀신의 이러한 특징을 알고, 설날 새벽에 신발을 훔치러 오는 야광귀신을 쫓기 위해, 대문 앞에 구멍이 많은 체를 걸어 둡니다.
대문에 들어서자마자 구멍이 많은 체를 본 야광귀신은 (신발을 훔치러 온) 목적도 잊어버린 채 쳇구멍을 세는 데 열중합니다. 결국 머리 나쁜 야광귀신은 날이 세는 줄도 모르고 뒤죽박죽 숫자만 세다가 장닭의 우렁찬 울음 소리를 듣고 허둥지둥 달아납니다.
한국 최고의 도깨비 그림작가 한병호가 창조해 낸 야광귀신의 캐릭터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까지 깔깔 웃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. 어느새 책 속에 푹 빠져버린 독자는 은근히 야광귀신의 편이 되어 슬그머니 신발 하나를 훔쳐다 주고 싶은 생각마저 드니 말이에요. 올해도 여전히 신발 도둑질에 실패할 가엾은(?) 야광귀신을 위해서요.
책 맛보기
  "뭔데?"
"쉿! 푸카푸차 푸초푸쿠, 아카랄라 카부리카!"
키다리가 양팔을 벌리고 주문을 외우자 어디선가 커다란 호박이 뚝 떨어졌어요.
  키다리는 뾰족하고 긴 손톱으로 호박에 구멍을 뚫기 시작했어요.
"야, 가만있지 말고 너도 빨리 해.
호박으로 구멍 세는 연습하고 가자!"
큰눈이도 함께 호박에 구멍을 뚫었어요.
  "셋 다음은 여덟이요, 여덟 다음은 넷이요.
음... 넷 다음이 뭐더라?"
키다리는 뒤죽박죽 구멍을 세었어요.
"큰눈이한테 숫자 세는 법을 배워 둘 걸!"